형원은 줄곧 적당히란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연습하다 들어가. 그런 말을 들어도 평소랑 똑같이 다리 퉁퉁 붓기 직전에서야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Q 채형원씨의 지금까지의 연애가 궁굼해요!! 첫 질문부터 대박 웃겼어요... 본편에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간략하게 서술하고 넘어갔던 내용이네요!!! 중학교때는 그냥 애들 만났다 헤어지듯 짧게 짧게 여러 친구들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같은 학교 누나 한 명하고 사귀다가 두 달 있어 헤어졌구요. 그 다음엔 옆 상고에 다니는 2학년 누나하고 연락하다...
킁. 형원이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는 것을 기점으로 민혁은 계절을 세었다. 저녁이면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기실 세상 기준 중 채형원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민혁의 세상이란 게 원래 그렇게 좁고 아주 아득했다. "밥 먹자고." "과제 끝내고 먹자고." "한국인이 왜 밥을 안 먹고 그르냐." "언제부터 밥 챙겼다고 그르냐."
19. 2012 "너 생일이 언젠데?" 왕왕 귀찮게 굴었다. 형원아. 생일이 언제냐구. 야 어이 채형원이 형원 채소 야채(극혐). 등등등 채형원을 부르는 호칭은 많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형원아 세 글자를 정직하게 호명하는 건 이민혁이 유일했다. 때문에 별 것 아닌 부름에도 때때로 과민반응 했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님 여기 애들은 다 저러는 건지....
민혁은 줄곧 바빴다. 방학 내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집에도 두문불출했다. 이 동네에서 이민혁 얼굴 제일 자주 보는 건 이제 막 140cm를 돌파한 이민수가 유일했다. 민수야. 니가 민혁이보다 클 수도 있겠는데. 형원이 짐짓 심각한 투로 중얼대면 민수는 뭐래. 대답하고 신발 주머니를 팽팽 돌렸다. 태권도장 탓인지 말투가 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스크...
“다시 말해봐.” 민혁은 오랜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이게 단순히 부상의 여파인지 아니면 앞에 앉은 동생이 하는 헛소리 때문인지⋯. 그러거나 말거나 분홍색 머리칼을 슥슥 빗어 넘기던 형원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자세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친구가 아닌 것 치고 버릇이 없다. 니가 그, ⋯. 인의예지 중 예를 따지려다가 곧...
누구나 이별이 고플 때가 있다. 이별이 슬픈 줄은 알아도 세상 사람 누구도 자기가 이별을 고파하는 줄은 모른다. 그렇지만 이별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대개는 권태에서 비롯된 어긋난 관계의 종말을 위해. 가까운 거리만큼 숨이 조여오는 사람들을 위해. 이별을 선택하지 않은 순간들을 원망하게 될 자신이 겁나서.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손가락 사이로 넘실대는 해가...
자 드디어. 대한민국의 채형원 선수가 등장합니다. The next stage, Republic of korea. Chae Hyungwon. 쇼트 프로그램에서 91. 97점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코치는 니콜라이 이바노프. 프리스케이팅 음악은 라흐 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입니다. 너 미술 학원 안 가고 또 중간에 피시방 갔니? 쿵. 쿵. 전화를 끊고 ...
이민혁은 사람 마음따라 장단 맞춰주기를 어려워 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타고난 센스는 채형원 쪽이 더 많았지만, 체득한 눈치란 게 있었다. 열 길 물 속도 알고 한 길 사람 속도 알았다. 대체로 복잡한 척 하지만 사람들 마음은 모 아니면 도라서. 보통은 그러니까. 아니, 서운한 거 이해한다고. 근데 내가 뭐 다른 일 있어서 만났어? 애 생일이잖아. 애 생...
조이. 조이는 고요한 때를 찾기 드물다. 어떻게 친구가 된지도 모르겠는 요란한 쿼터백 무리에 껴서 그 날 경기가 어땠니 저쨌니, 코트 선 안으로는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않은 본인이 제일 큰 목소리로 떠들다가 또 어느 순간 눈치채면 물리실 앞에 있는 거대한 소파에 드러눕다 싶이 앉았다. 그런 다음에는 헤일리가 꺼낸 파티 얘기에 눈을 빛내며 달려들고 꼭 가겠노...
낮도 밤도 더이상 극세사 이불 덮고 자기에는 무리가 있는 계절이었다. 히엑. 이번 주 낮에 20도래. 형 이불 안 더워? 물음에도 밤은 추워. 하고 말았던 것이 밤마다 열에 절절 끓게 만들었다. 기실 끓고 있는 이유가 봄에 찾아온 열대야 때문은 아닌 것 같지만. 진작에 이불을 갈아냈으면 되는 걸 붙들고 있느라 이랬다. 그렇게 미련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종종...
3월. 계절상으로 굳이 구분하자면야 봄이지만 사계절 구분이 무의미해진 2021년에 살고 있으니까. 민혁은 아침밥 먹으며 뉴스로 기온 확인해놓고서도 4온스 짜리 학잠 챙겨입은 저의 무신경을 탓했다. 으 추워. 강의실 안에서 내내 벌벌 떠는 민혁을 흘긋 쳐다본 기현이 목도리라도 줘? 물었다. 아니 목도리는 됐고. 이거 4온스 맞아? 2온스 짜리 같애. 중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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